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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테] 대학au

NickX 2020. 8. 24. 22:31

논커플링, 대학au, 레오나와 라기

22님 리퀘





해가 중천에 뜬 정오에도 레오나의 오피스텔은 하루가 시작되지 않은 것처럼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간간이 들리는 옅은 숨소리만이 실내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백 년이 지나도 레오나의 숨소리가 계속될 것 같은 오피스텔에 갑자기 경쾌한 기계음이 울렸다. 삐삐삑-. 비밀번호를 재빠르게 누르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콧노래를 부르며 들어온 라기는 신발장에 그대로 놓인 레오나의 비싼 운동화를 보고 엑- 소리를 냈다.

레오나 씨 설마 아직도 주무시는검까. 깨우러 오라는 건 그래도 농담일 줄 알았는데.”

레오나 씨가 그런 농담을 할 리가 없지. 라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신발장 옆에 자신의 가방을 내려놓았다.

전 수업 끝났으니까 가방 좀 맡기겠슴다.”

아무도 못 듣는데 신경 쓰지 않고 라기는 당당히 통보했다. 그리고 레오나의 방으로 곧장 직진했다. 방문도 닫지 않은 방은 평범한 집의 거실보다 넓었고 그 방 가운데에 놓여있는 침대는 장정 넷이 누워도 자리가 남을 것처럼 컸다.

거실에도 에어컨 틀어놓고 방에도 에어컨을 또 킨 건가여. 감기 걸릴지도 모름다.”

라기는 에어컨 리모컨을 찾아 에어컨을 끈 다음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이불을 주워들었다. 이렇게 추운데 이불은 왜 던지는 거람. 엎드려 자고 있는 레오나의 발아래에 이불을 대충 올려놓고 그의 다리를 흔들어 깨웠다.

레오나 씨 일어날 시간임다. 오늘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있잖슴까.”

몇 번 흔들어도 미동도 하지 않는 레오나에 라기 이마에 빠직 표시가 잠시 생겼다가 사라졌다.

레오나 씨. 일어나세여. 설마 오전 수업 또 안 나간검까? 레오나씨 또 안 나가면 이번 학기도 F 확정임다. 또 저번처럼 출석 일수 모자라게 됐다고 휴학해버리시면 담 학기는 저랑 같은 수업 듣게 되시는 건데여. 그럼 매일 레오나 씨 사진 찍어서 체카 군에게 보내줄 겁니다. ‘삼툔의 귀여운 학교생활이라면서.”

시끄러워. 라기.”

레오나가 베개로 귀를 막으며 말했다.

시시싯. 체카 군에게 삼툔의 일거수일투족을 들키고 싶지 않다면 어서 일어나는 게 좋을 검다. 다시 잠들지 마세여!”

라기가 레오나의 베개를 빼앗아 저 멀리 던져버렸다. 레오나의 등을 짝짝 때리며 재촉하자 레오나가 혀를 차며 겨우 일어났다.

네가 내 엄마냐. 뭐 하는 거야.”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인 레오나가 하품을 하며 라기를 째려봤다.

레오나 씨가 깨우러 오라고 했잖슴까.”

내가?”

오늘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가 있다니까여! 어제 말씀드리니까 깨우러 오라고 했슴다. 레오나 씨가 또 까먹고 있을 줄 알았어여.”

. 그래. 그러냐. 그럼 더 잘래.”

레오나가 베개도 없이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왜 그렇게 되는검까!”

라기가 레오나의 팔을 잡아당겨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레오나의 몸이 비닐 인형처럼 흔들거렸다. 결국 잠이 달아난 레오나가 라기의 손을 쳐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 귀찮아.”

레오나는 기지개를 쭉 펴더니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여 있던 지갑을 라기에게 던져주었다.

점심 아무거나 시켜.”

제 것도 시켜도 됨까?”

. 맘대로 해. 고기로 시켜.”

그리고 유유자적하게 욕실로 걸어갔다. 라기는 레오나가 주고 간 지갑 안에 든 돈을 보고 시시싯 하고 웃었다.

그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레오나씨건 스테이크 시키겠슴다~! 난 파스타 먹어야지.”

라기가 닫힌 욕실 문 앞에 대고 외쳤다. 레오나는 들었는지 어떤지 대답하지 않았다. 라기는 맘대로 하라했으니깐~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말하지 않고 넘겼다.

 

레오나가 씻고 나오는 거에 맞춰서 배달 음식도 도착했다. 계산을 끝마친 라기가 식탁에 세팅하고 있을 때 젖은 머리를 대충 털어내며 레오나가 부엌으로 왔다.

욕실에서 부엌까지 오는데 새삼 정말 머네요.”

갑자기 뭐야.”

아녀~. 올 때마다 참 넓어서 쓸모없다 싶어서.”

넓은가? 평범하지 않나.”

. 레오나씨 기준에 따르면 제 자취방은 개집 사이즈니까 말이에요. 그런 기준으론 퍽이나 평범하져.”

말에 가시가 있다. 라기.”

포장 비닐을 뜯으며 레오나가 라기를 힐끗 쳐다보았다. 라기는 레오나의 눈치를 봤다가 그가 별로 화가 나지 않은 걸 알고 자기 몫의 음식의 포장을 뜯었다.

레오나 씨. 또 어제 설거지 안하고 주무셨나여. 청소 해주시는 아주머니 안 오시는 날에는 벌레 나오니까 설거지 정도는 직접 하시라니까여.”

시끄러워. 잔소리 좀 그만해. 그렇게 설거지가 하고 싶으면 네가 직접 하면 되잖아.”

세트로 나온 샐러드를 라기 쪽으로 밀며 레오나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다 먹고 네가 해.”

얻어먹는 입장이라 반박할 수 없는 게 짜증나네요.”

. 싫음 돈 내든가.”

이미 레오나 씨 카드로 계산했거든여!”

레오나가 밀어준 샐러드를 자연스럽게 집어먹으며 라기가 대답했다. ! 이거 사과 샐러드임다. 럭키네여. 시시싯.

저녁도 사줄 테니까 불평하지 마.”

저녁은 부비로 하는 회식이잖슴까. 저도 회비 2만원 냈슴다.”

그래? 흐응.”

라기가 레오나의 대답을 듣고 의아해하더니 이내 눈치 챈 듯 되물었다.

설마 레오나 씨 회비 안내셨슴까?”

내라고 안 하던데.”

. 동아리 녀석들 레오나 씨를 유독 신봉하니까여.”

마치 레오나 씨를 따르는 한 무리의 동물들 같달까. 라기가 덧붙인 말에도 레오나는 딱히 관심이 없는지 스마트폰을 보며 고기를 집어먹었다. 그런 레오나를 보면서 라기도 자기의 파스타를 우걱우걱 씹었다.

그러고 보니 레오나 씨.”

.”

오늘 오는 신입생 중에 거물이 있다는 거 들으셨나여.”

관심 없는데. 그래봤자 1학년이지.”

특기생이 있대여. 유소년 대표까지 했다든가 뭐랬나. 아까 수업에서 동기가 말해줬슴다. 나름 인터넷에서 화제래요. 우리 학교 왔다고.”

. 대단하신 신입생이네.”

그래서 제가 무슨 과냐고 물어봤거든여.”

라기가 레오나의 고기로 젓가락을 내밀었다.

.”

레오나가 어림도 없다며 쳐내자 라기의 젓가락이 쓸쓸하게 돌아와 아까 받은 샐러드의 사과를 빼먹었다.

경영학과라는 거 같슴다.”

그러냐.”

그래서 제가 특기생인데? 하고 물었는데 잘 모른다고 했슴다.”

그래.”

레오나는 여전히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떼지 않았다.

재미없는 반응이네여.”

무슨 반응을 해줘?”

그치만 레오나 씨. 생각해보세여. 경영학과면 말레우스 씨 후배잖슴까.”

그게 어쨌는데.”

라기가 그러면 안 된다는 반응으로 젓가락을 흔들었다. 레오나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라기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체육대회하면 말레우스 씨랑 같이 백퍼 선수로 나올걸요.”

…….”

레오나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 녀석 이름이 뭐야.”

이름은 못 들었슴다. 근데 좀 있다 환영회에 온다 했으니깐 그때 볼 수 있겠져.”

라기. 네가 그 녀석 맡아.”

?”

라기는 레오나의 표정을 보고 이 화제를 꺼낸 것 자체를 후회했다. 저 표정은 분명 귀찮은 일을 시키려는 거다. 괜히 말레우스씨 이야기를 해가지고! 귀찮은 스위치가 눌린 것 같슴다. 라기가 젓가락으로 사과를 푹 찔렀다.

네가 그 신입생 꼬셔서 전과시키든지 체육대회를 못 나오게 설득하든지 해.”

그게 말이 됨까?”

성공하면 점심 사줄 테니까.”

한 달간 사주세여. 저녁도요.”

그래.”

시시싯. 힘내보겠슴다.”

라기가 아까 괴롭힌 사과를 다시 냠 하고 입에 넣었다.

레오나 씨 근데 회식장소 예약은 한 거져.”

네가 한 거 아녔냐.”

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