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겐] 팬네임: 마구로 님이 보내셨습니다.
모브시점. 모브가 겐을 열심히 때립니다. R18없음. 트리거요소: 폭행, 스토킹.
처음엔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었다. 특별 게스트라면서 유메노 선생님이 나온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엽서를 썼었다. 물론 채택되지는 않았다. 유메노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마음을 적었었는데…. 아쉬워서, 아쉬워서 그다음부터는 직접 선생님에게 편지를 썼다. 왜 예전엔 이럴 생각을 못 했을까?
편지는 처음에는 선생님의 출판사에 보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SNS에도, 인터뷰에도 그 어디에서도 모른 체했다! 유메노 선생님이니까…. 분명 출판사에서 빼돌린 게 틀림없다. 그분이 내 편지를 읽고도 답이 없으실리 없었다. 내가 아는 유메노 선생님이라면 반드시 내 마음에 보답을 해주실 분이었다.
그래서 그다음엔 Fling Posse의 사무실에 보냈다. 처음 몇 번은 받았으나 세 번째부터는 반송되었다. 그 아메무라 라무다가 선생님에게 닿지 못하게 막고 있는 거겠지!! 또 SNS에도 보냈다. DM도 잔뜩 보냈고, Fling Posse의 계정에도 보냈다. 며칠 뒤에 차단당했다.
유메노 선생님을 향한 마음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그냥 유메노 선생님에게 팬으로서 한마디 했을 뿐인데. 팬심이었을 뿐인데!! 나도 결코 이러고 싶지 않았다. 절대 이러려고 했던 게 아니다. 나도 여느 다른 팬들처럼 멀리서 그를 응원하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방해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래!! 어쩔 수 없이 흥신소를 썼다. 처음에는 그 이케부쿠로의 해결사를 찾아갈까 했지만 유메노 선생님의 주변인들이 철저하게 나와 그의 사이를 방해하는 걸 봐선 똑같을 것 같았다. 내게 쪽지를 건네며 이죽거리는 얼굴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극성팬들은 많이 봤지만…. 작가 집을 알아달라는 애는 처음 봤네.라고? 웃기지 마. 누가 극성팬이냐. 이건 다 유메노 선생님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그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고. 그래서 그 자식에게 몇 번이고 당부했다. 선생님 집 근처에는 얼씬도 말라고 너 같은 놈이 가까이할 분이 아니라고. 그랬더니 그 새끼는 또 웃었다. 시발.
아무튼 난 선생님의 주소가 적힌 쪽지를 들고 있었다. 시부야의 외각의 어느 오래된 집. 그 앞에 몇 번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이게 선생님네 댁일 줄은 몰랐어!! 평소에도 모른 척 선생님과 스쳐 지나갔을 지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너무 떨렸다. 두근거려. 어떡해.
하지만 나는 예의를 아는 팬이니까. 선생님을 위하는 팬이니까. 무례하게 찾아가진 않았다. 대신 선생님의 댁 우편함에 편지를 놓았다. 이젠 방해할 사람이 없다. 선생님이 직접 받으실 거다! 드디어 선생님에겐 내 마음이 닿을 거다!
우체통에 넣고 선생님댁 주변에서 몰래 지켜봤다. 유메노 선생님은 외출하셨는지 저녁이 한참 지난 시간에 들어오셨다. 어딜 그렇게 쏘다니고 다니시는 거죠? 얼른얼른 들어오셔야 할 텐데…. 선생님이 걔들과 어울리시면서 안 좋은 영향을 받으시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
선생님은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내서 안으로 들어가셨다. 내 편지를 포함해서 공과금이나 이것저것 서류들이 있었다. 정말 궁금했지만, 나는 예의를 지키니까. 상식을 아니까. 보진 않았다. 대견해.
선생님께서 받으셨으니 내일이면, 아니 바쁘신 분이니까 적어도 일주일이면…. 선생님은 내 말을 들으실 거다! 그분은 생각이 있으신 분이니까 분명히 내 말대로 하실거다.
드디어 Fling Posse를 탈퇴하시고 어린애들이나 하는 랩 놀음은 그만두시는 거다!!
창작활동에 힘쓰시고 문학을 하시는 분답게 고상하고 세련된 삶으로 돌아오시게 된다! 발랑까진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않으시고, 예전처럼 순수하고 고상한 작품을 쓰시게 될 거라고.
나는 기대했다.
나는 기대해서 계속 뉴스를 봤다. SNS를 확인했다. 인터넷 신문기사도 주시했다.
그런데 없었다. 없었어. 선생님의 탈퇴 소식은. 오히려 Fling Posse가 길거리 랩 배틀을 벌였다는 역겨운 소식이 올라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뭐지? 선생님? 왜?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선생님에게 랩 배틀 같은 건 어울리지 않다고.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당장이라도 그만두셔야 한다고. 저번에도 그렇다 랩 배틀 같은 걸 하시면서 그 뒤부터 나온 작품은 전부 마음에 안 들었다. 문체도 얄팍한 팬들은 못 알아보겠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거칠게 변하셨고 내용도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 험악해졌다. 내 고상한 유메노 선생님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돌아오라고 한 건데 그만두라고 말한 건데 조언한 거였는데.
내 유메노 선생님을 위해서 내가 직접 특별히 말씀드렸던 건데. 화가 났다. 분노했다. 이렇게 날 배신할 순 없었다! 유메노 선생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래서, 그래서 찾아갔다. 난 결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럴 마음이 없었다. 상식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처음엔 라디오 사연이었고, 그다음엔 팬 레터였고…. 그런데 유메노 선생님이 거절한 거였다! 이건, 배신이야!
선생님의 댁에 찾아갔다. 댁에 계셨다. 넓고 고루한 저택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낮에 그 자식들과 놀고 들어오신 모양이었다. 나는 마당을 몰래 들어가서 소리를 들었다.
집에 딱히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침을 꼴깍 삼켰다. 나는 아직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직접 보고 대면해서 말하면 이해해 주실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유메노 선생님이니까.
거실 창문을 열었다. 부술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스무드하게 드르륵 열렸다. 집 안에서는 된장국 향기가 났다. 직접 요리하시는 건가. 저녁을 드시려는 모양이셨다. 나는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쿵쿵 거리는 심장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생각대로 선생님은 부엌에 계셨다.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이셨다! 유메노 겐타로다!
“유메노 선생님.”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누구시죠?”
그는 뒤를 돌아 나를 보곤 조금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 저…. 저, 선생님의 팬입니다.”
그랬더니 노골적으로 짜증을 냈다.
“집까지 찾아오는 분은 처음인데요. 나가주시겠어요? 안 그러면 경찰을 부를 테니.”
“다 선생님을 위해서였어요!”
나는 절박하게 소리쳤다. 유메노 선생님이 이렇게 매정하게 날 내보낼 줄은 몰랐어. 좀 더 자상하게 인사해 줄 줄 알았는데. 다 지금까지 연기였던 거다. 상냥한 척했던 건 거야??? 그런 거야??
“네?”
“제가 선생님을 위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 말씀드렸는데. 계속 말했는데. Fling Posse 같은 건 그만두라고!! 그랬는데!! 그랬는데!! 왜 듣지 않으시는 건가요! 선생님은 랩 같은 건 하면 안 된다고요!”
“아, 당신이었나요.”
유메노 선생님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저를 아시나요?”
“그럼요.”
아까보다 심장이 더 두근거렸다. 죽을, 죽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이 날 알고 있대! 날, 날 안다!
“팬네임 ‘참치초밥’ 당신이죠? 항상 여기저기로 이상한 소리를 하는 악성 팬. 정말이지. 이젠 집까지 찾아오고. 피곤하네요.”
“뭐라고요?”
악, 악성 팬? 난…. 난 다 당신을 위해서 한 건데?
“매번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라무다를 괴롭히시고. 출판사 쪽 사람들도 귀찮게 하셨죠? 하아….”
“유, 유메노 선생님.”
“당신의 말은 잘 알았으니까 돌아가 주실래요?”
정말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선생님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그럼. 제 말을 알았다는 건, 그만둬…, 그만둬 주신다는 거죠?”
“그럼요. 알겠어요. 랩 배틀 같은 건 그만두죠. 마이크도 반납하겠습니다.”
“정, 정말이죠?!”
역시 선생님이야! 선생님이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셨어!
“뭐, 거짓말이지만요.”
“네?”
그가 쿡쿡 웃었다.
“거짓말이에요. 그만둘 리가 없잖아요? 언제 나갈 건가요?”
그가 핸드폰을 열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경찰을 부르려고 한다. 나를 비웃어놓고, 내 말을 무시하고, 나를 비웃었다. 나를 비웃었다고.
“유메노, 겐타로, 선생님….”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지금 신고할 거니까.”
그가 뒤로 물러나며 내게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화가 났다. 정말로 나는 다 당신을 위해서 한 건데. 내가 한가하게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런 게 아니었는데 정말로 다, 다다다, 다. 전부. 당신을 위해서였는데 감히 네가 뭔데 내 말을 무시해 네가 뭔데 나를 무시해 네가 뭔데 네가 뭐길래 네까짓 게.
손에 잡히는 걸 아무거나 들었다. 와인병이었다. 이런 걸 마실 돈을 내가 산 책으로 벌었으면서 내가 다 돈을 내줬는데.
너무 열이 받았다. 그래서 후려쳤다.
와인병으로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쨍하는 소리가 나면서 와인병이 깨지고, 그가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날아갔다.
“으….”
유메노 겐타로가 휘청거리면서 뒷걸음질 쳤다. 그는 어지러운지 머리를 흔들면서 싱크대를 붙잡았다.
“그만둔다고 해요.”
“…뭔가요. 폭행까지…. 최악,”
“그만둔다고 하라고!”
그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여자처럼 부드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평범했다. 유메노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끌어당겨 바닥에 내팽개쳤다.
“아악!”
그가 넘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다시 보니 깨진 와인병의 유리 파편 위였다. 넘어질 때 바닥을 짚은 그의 손에 커다란 파편이 박혀있었다.
“으윽, 아,,, 극, ….”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붙잡고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아픈가? 아프겠지?
나는 그대로 다가가서 그의 머리를 손으로 팼다.
“그만둔다고 말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으, 싫. 싫어요.”
끝까지 반항적이었다. 이러니까! 이러니까! 그의 뺨을 때렸다. 짝 소리가 부엌에 울려펴졌다. 그러고는 그의 배를 발로 밟았다. 뒤꿈치로 눌러줄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났다. 유메노 선생님 답지 않은 소리다.
“…아,,, 우…. 으으, 으,,, 아,,, 아아아아.”
옆구리를 발로 까자 그가 한바탕 굴렀다. 그의 옷에서 유리 파편이 후드득 굴러떨어졌다. 유메노 선생님의 멱살을 잡고 화가 풀릴 때까지 때렸다.
그만둔다고 하면 그만해줬을 텐데.
“아, 아파…. 그 아각,,,, 아…, 우,에, 아. 아. 윽”
맞을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내서 더 짜증 났다.
“그만둔다고 약속해요.”
“약속, 약속할 테니깐.”
“어차피 거짓말이잖아!”
멱살을 잡은 채로 거칠게 흔들자 머리가 울리는 듯 내 팔목을 잡으려다가 그가 금방 놔버렸다. 손에 박힌 유리가 눌려서 아픈 모양이겠지.
그를 놓자 그가 바닥에 엎어졌다.
“그만둔다고, 각서를 쓰자. 혈서를 써요. 좋아 녹음도 하고. 그러면? 그러면 나중에 법적 증거가 될 거야.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선생님.”
그가 바닥을 기어갔다.
“흐…, 으. 아, 이거. 미친, 놈….이야.”
그때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Rrrrrrrrrrr. 저 멀리 던져진 선생님의 휴대폰이었다.
Rrrrrr. 라무다. 라무다 님의 전화입니다. 이질적인 기계의 여성 목소리가 발신자를 알려왔다.
“라아무다 아-. 라, 무다.”
선생님이 휴대폰을 향해 기어갔다. 내가 멍하니 있는 사이 그가 전화기에 손을 뻗었다. 손에 피가 묻어서 터치가 잘되지 않아서 몇 번이고 통화 버튼이 미끄러졌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빼앗아 멀리 던져버렸다.
“뭐 하는 거야!”
“아….”
유메노 선생님은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멀리 날아간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Rrrrr. 라무다. 라무다 님의 전화입니다. Rrrrrr. 시끄러운 소리가 반복되다가 이내 끊겼다.
“미친, 미친 새끼야…. 이거, 놔, 악”
선생님의 목을 졸랐다. 진짜 나는 참으려고 했는데 참으려고 참으려고 했는데. 순순히 그만둔다고 말했으면 됐을 텐데. 이 자식이 내 말을 안 듣잖아. 이 새끼가 나를 화나게 하잖아.
“악, 으, 아악. 숨, 숨.... 숨을…. 학,, 하, d, 으….”
돼지 멱따는 소리가 손안에서 울렸다.
얇은 목이 손안에서 진동했다. 이게, 이게 참을 수없이 흥분됐다. 그래서 좀 더 조였다. 좀 더 눌렀다.
“익,,, 우…,”
그리고 별안간 선생님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축 늘어지는 팔에 나도 놀라서 손을 놨다. 그랬더니 시체처럼 선생님의 몸이 쓰러졌다.
죽었나? 죽었나? 내가? 내가 죽여버렸나?
어떡해? 어떡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 말을 들었으면 됐는데 내 말을 들었으면 좋았는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서, 싱크대에서 손을 씻었다. 그런 다음 허겁지겁 돌아갔다. 거실 창문에서 뒤돌아보니 죽은 것처럼 엎어져있는 유메노 선생님이 보였다.
내가, 내가 죽여버렸다.
나는 우선 양말을 벗었다. 피가 묻은 양말을 주머니에 넣었다. 신발을 신고 도망갔다. 도망갔어. 도망갔다. 도망가다가. 담을 넘고 달리고 달리다가 누구랑 부딪혔다.
“뭐야~. 갑자기 이렇게 달려오면 위험하잖아.”
익숙한 목소리였다. 짜증 나는 목소리였다.
“어이, 형씨. 왜 멍하니 있어?”
옆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익숙했다.
아메무라 라무다와 아리스가와 다이스다. 왜 여깄지? 아, 아까 전화. 아까 전화를 했었다. 선생님의 집에 가는 모양이다. 들킨다. 들켜.
“히, 히익!”
그들 밀치고 다시 달렸다.
등 뒤에서 “뭐 하는 거야~!” 하는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튼 나는 달렸다.
안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