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걸 주의하세요.
우구ts 후쿠레소재 사용
고비젠 가는 꽤 명망 있는 집안으로 일대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집안이었다. 그런 고비젠 가에서 얼마 전에 열린 결혼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였다. 정작 결혼식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고비젠 가의 후계자이자 외동아들인 오오카네히라의 결혼 상대가 궁금해 다들 모여 입방정을 떨곤 했다. 먼 방계의 아가씨라며?, 신부가 무척 아름답대. 그런 소문 사이에서 정작 주인공인 오오카네히라는 코웃음을 쳤다.
고비젠 가에 결혼식이 있던 건 사실이다. 신부가 먼 방계의 8촌쯤 되는 집안의 아가씨인 것도 맞았다. 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게 틀렸다. 오오카네히라의 결혼식이 아니었다. 오오카네히라의 아버지의 결혼식이었다.
그는 다 늙어서 새 장가를 들었다. 오오카네히라를 낳아준 친어머니가 돌아가신지 7년, 방탕하게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고 다니더니 결국 고른 게 자신보다 30살은 어려 보이는 여자였다.
전통적으로 치러진 혼례에서, 오오카네히라는 자신의 새어머니를 그때 처음 보았다.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늙은 사내 옆에 가지런히 그녀가 서있었다. 백무구를 입고 있는 어린 새어머니. 오오카네히라는 숨을 들이켰다.
눈을 내리깔고 있는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는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첫눈에 반한다는 종류의 묘사들을 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는데, 그런데도 그는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새어머니의 이름은 우구이스마루. 나이는 27살. 오오카네히라보다 겨우 2살 많았다. 성 씨는 고비젠으로 같았지만 방계의 방계라 사실 제대로 된 촌수를 따지면 10촌도 훨씬 넘을 만큼 관계가 없는 집안 출신이었다.
젊고 아름다운 그녀가 다 늙은 남자에게 시집온 이유가 뭘까? 결혼식 내내 하객들은 전부 뒤에서 수군거렸다. 아버지는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뒤풀이에서 으쓱거리며 입을 열었다. ‘하자가 있으니까 싸게 샀다.’라고.
새어머니는 병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선천적으로 알아온 피부병이었다. 피부가 짓눌리고, 덧나고, 곪았다. ‘얼굴이 예쁘니 그럭저럭할 맛이 나더라고.’라며 쓱 웃는 자신의 아버지를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오오카네히라는 기모노에 가려진 그녀의 피부를 상상했다. 우구이스마루는 옆에서 그 말들을 전부 들으면서도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녀는 마치 도자기 인형 같았다. 감정도 마음도 없는 인형.
오오카네히라는 그동안 지내던 집을 처분했다. 제대로 후계자 수업을 할테니 집으로 들어오라는 아버지의 명도 있었지만 그걸 순순히 따르게 된 이유는 오로지 우구이스마루였다. 그녀를 혼자 내버려둘 수 없었다.
역사와 전통이라며 먼 옛날부터 쓰고 있는 그 커다랗고 고풍스러운 대저택에 변태 늙은이와 단둘이 지내게 둘 수 없었다. 오오카네히라는, 감히…. 새어머니를 자신이 지키겠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살면서 오오카네히라가 우구이스마루를 관해 알게 된 사실은 몇 가지 있었다. 우선 그녀는 절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의 명인지 아니면 그녀 스스로가 그렇게 정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저녁이 아니면 아침과 점심도 방에서 해결했다.
그리고 그녀는 피부를 드러내지 않았다. 추위를 타는지 항상 겉옷을 걸치고 있었고 치마는 발목까지 가릴 정도로 길었다. 또, 우구이스마루는 오오카네히라를 ‘아들’이라고 불렀다. 고작 2살 연상인 ‘어머니’였다. 사용인들도 그 꼴을 보고 뒤에서 웃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녀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나 오오카네히라가 찾아오는 걸 막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오카네히라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녀를 찾았다. 우구이스마루가 ‘아들’이라고 불렀기에 오오카네히라도 그녀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당연히 어머니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오카네히라는 당연하게도, 그녀를 여자로 생각했다. 아버지가 범한 그곳을 그도 범하고 싶었다. 그녀를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들은 전부 한동안 봉인해뒀다. 한동안 말이다.
우구이스마루의 녹색 눈동자는 모든 걸 꿰뚫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깊은 눈동자는 언뜻 보면 아무 감정도 없는 부처의 눈이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것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감정이 없는 도자기 인형이 아니었다. 우구이스마루는 그저 방출하지 않을 뿐이었다. 모든 감정은 그녀의 안에 있었다. 분노도, 열정도 모두 안에서 체념이라는 형태로 맴돌고 있었다.
오오카네히라의 새어머니는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흘러갈 뿐이었다. 그녀는 매번 오오카네히라를 부드럽게 응시하며 ‘아들.’ 하고 불렀다.
그녀의 녹색 눈동자는 모든 걸 꿰뚫고 있었다. 우구이스마루는 누구보다 자신을 향한 욕망의 시선을 알아차리는 데 탁월했다. 그래서 그녀는 방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 쉬이 몸을 드러내지 않았다.
동시에 그녀는,
“어머니.” 오오카네히라가 문을 두드리며 이렇게 물으면.
“들어와.” 하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오오카네히라가 방 안으로 발을 옮기고, 다시 문을 닫으면.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모든 걸 체념한 젊은 소녀였고, 그는 아직 혈기왕성하고 오만한 사랑에 빠진 소년이었다.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레데샹] 유년기의 자살(自殺) [커미션 작업물] (0) | 2020.11.26 |
---|---|
[커미션작업물] Tell me your name (0) | 2020.10.24 |
[카리쟈미] 이카루스의 날개 (0) | 2020.08.31 |
[트위스테] 대학au (0) | 2020.08.24 |
[츠루카슈] 선인장에 꽃피는 날은 오지 않는다. (0) | 2020.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