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_dndl & @00000ur 님 자컾, 글 커미션 공미포 21,342자
저 멀리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호외요, 호외! 큰소리로 외치는 그는 마을의 양치기 소년이었다. 본업인 양치기보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수도의 신문을 파는 소년으로 더 유명했다.
나는 소년의 이름은 몰랐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소년은 달마다 이런 식으로 소식을 들고 내가 살고 있는 신전으로 제일 먼저 달려오곤 했다. 그는 순식간에 내게 다가와 다짜고짜 신문을 내밀었다. 5센트! 그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가격부터 대뜸 이야기했다. 윗니가 빠진 그는 그 빈 공간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해맑게 웃었다.
당당한 그 모습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나는 주머니에서 5센트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 어차피 이 신문은 신관님께서 찾는 물건 중 하나였다.
“감사합니다!”
내가 건넨 5센트를 받아들며 소년은 크게 외쳤다. 그리고 왔을 때와 똑같이 빠른 속도로 달려 돌아갔다. 원래 목청이 저렇게 큰 걸까? 나는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했다.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시선을 돌려 소년이 준 신문을 봤다. 싸구려 종이로 만든 신문은 비에 젖었다 마른 건지 잔뜩 주름져있었다. 신문의 맨 위에는 '1황자 전하, 훙서.'라고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 문구에 나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누가 죽었다고? 다시 글을 천천히 읽었다. 내용이 워낙 갑작스러워서 소년이 거짓 신문을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거짓말이라기엔 너무 불경해서 그게 사실인 걸 믿어야 했다. 소년에게는 목숨을 걸어가며 이런 거짓말을 꾸밀 이유가 없었다.
신문을 다시 읽어도 내용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1황자가 죽었다. 사냥 중 낙마로 인한 사고라고 한다. 평소에 타던 백마가 병에 걸려 어쩔 수 없이 잘 다루지 않던 흑마를 타고 사냥을 나갔다고는 하는데…. 단순한 우연인지 아닌지는 이제 아는 자가 없었다. 당사자가 죽어버렸으니까.
어쨌든 사고로 1황자가 죽으면서 제국의 후계자 자리는 하루아침에 공석이 되어버렸다. 그 자리를 노린 4황자가 반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4황자는 글을 모르는 백성들조차 다 아는 망나니 중의 망나니였다. 그런 망나니 황자가 황제가 될 길은 지금 이것뿐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는 재빠르게 황궁을 덮치고 황제를 유폐했다. 그리고 자기가 제국의 주인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황궁 내에서 일어난 반란에 황제는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감금 중. 3황자는 그 자리에서 바로 항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1황자와 같이 사냥에 나갔던 2황자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4황자는 그가 1황자를 죽인 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전란에 빠진 제국은 이제…,라는 책임감 없는 문장으로 끝난 신문에는 다른 소식이 들어있지 않았다.
신전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다른 것보다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내가 사는 신전이 있는 마을은 너무 작아서 수도에 있는 대신전에서 예산을 보내주지 않으면 생활하기 힘든 곳이었다. 이곳까지 불똥이 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좋은 건 전란 따위는 없이 벌써 황제가 바뀐 뒤인 거였다. 이 마을은 수도에서 말을 타고도 한 시도 쉬지 않고 꼬박 한 달을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다. 이런 마을에도 소식이 닿았다는 건 이미 세 달 정도는 묵고 묵은 소식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이곳에 혼란이 닿을 새도 없이 황제가 바뀌었다든가, 4황자가 제압되었다든가…. 그런 쪽이 좋았다. 귀찮은 일이 없는 게 제일이었다. 수도의 나라님들 싸움 따윈 나와 상관없으니까.
어쨌든 두세 달 정도 기다리면 새로운 소식을 들을 수 있겠지. 그때까지 별 탈이 없기를 빌 뿐이었다. 나는 신관님께 가져다드리기 위해 읽은 신문을 다시 고이 접었다. 세상 일이 돌아가는 건 전부 수호신인 여신의 뜻이라며 그 일을 알아야 여신의 뜻을 안다고 몇 번이고 강조하셨던 신관님이었다. 이번 일을 아시면 어떻게 해석하실 지가 더 궁금하네. 나는 몸을 돌려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이 신전은 국경지대에 인접한 마을에 있기에는 지나치게 컸다. 여신이 강림했던 곳 중 하나로 경전에 적혀 있어서 이렇게 큰 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역시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신이 강림하는 모습을 새겨놓은 신전의 문을 밀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예배당 안쪽에 놓인 거대한 여신상이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대리석으로 조각된 오른손에는 검을 들고 왼손에는 자신의 상징인 데이지 꽃을 든 여신. 여신은 언제나 나를 자애의 미소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신상의 오른쪽 뒤에는 사제들을 위한 작은 문이 있다. 문을 열면 좁은 복도가 나오고 그 복도를 지나가면 사제들의 생활공간이 나온다. 거기서도 신전의 제일 깊은 곳. 안쪽의 안쪽. 그곳에 신관님의 방이 있다. 나는 신문을 손에 들고 부지런히 발을 옮겼다.
신관님의 방문 앞에는 내가 얼마 전에 직접 딴 데이지 꽃으로 만든 리스가 걸려있었다. 심호흡을 두 번 하고 문을 조심히 두드렸다.
“아델입니다.”
“…….”
대답이 없었다. 안 계시나?
“신관님?”
"……들어오세요."
잠시 기다려도 말이 없어 돌아가려던 참에 허락이 떨어졌다. 다행히 방에 계셨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오래 걸리셨지. 나는 의문을 품으며 문을 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신관님. 항상 찾으시는 신문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신관님과 함께 서있는 이를 발견하고 그대로 멈춰 섰다. 검은 로브를 쓴 키가 큰 남자였다. 그리고 분명히 아까 오전에 신전 뒤에 있는 데이지 꽃밭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사제님이신가요?’
그는 꽃밭에 물을 주러 나온 내게 물쑥 말을 걸었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마을 남자애들의 경박한 목소리와는 달랐다. 키는 나보다 한참 커서 로브로 가려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밑에서 올려보아도 입술만 겨우 보였다.
‘아니요…. 저는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다. 여신의 사제가 될 수 있는 건 20살부터였다. 나는 그저 신전에서 거둬준 고아에 불과했다. 단순히 신관님의 호의로, 16살이 넘었는데도 신전에서 나가지 않고 계속 지내며 사제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레이디. 괜찮으시면 신관님께 안내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남자의 나긋나긋한 말은 분명 상냥하게 들리는데도 이상하게 그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확신에 가득 찬 말투. 거절을 상정하지 않은 목소리였다. 나는 남자의 허리춤에 매달린 검을 힐끔 보았다. 뭐 하는 사람인지 도통 감이 안 잡혔다. 마을 사람이 아닌 건 확실했다. 검집이 화려한 것도 그렇고 끼고 있는 가죽 장갑도 질도 무척 좋아 보이는 게 분명 어중간한 떠돌이는 아닌 듯했다.
‘저…. 누구시죠?’
‘지나가는 전령입니다. 신관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전령? 지나가는데 전령이 어디 있어? 남자가 더욱 수상하게 보였다.
‘신관님께선 지금 아마도 예배당에 계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레이디.’
아무리 봐도 이상한 사람 같아 알려주기 꺼려졌지만, 도움을 구하는 자를 무시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어쩌면 옆 마을 사람일 수도 있다. 옆 마을에는 제대로 된 신전이 없어서 자주 사람들이 도움을 청하러 찾아오곤 했다.
‘여신의 축복이 있기를.’
감사 인사를 하고 그는 내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그 뒤로 별말이 없기에 무사히 신관님을 뵙고 신전을 떠났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지금 중요한 손님이 와 계셔요…. 용건이 있으면 간단하게 하고…."
신관님의 말에 남자를 빤히 바라보던 시선을 거뒀다. 갑자기 굳어 있었기 때문일까. 로브 속에 숨은 남자가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신문을 가지고 왔어요. 여기에 두고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델 덕분에…. 어, 매, 매번 도움을 받네요.”
무슨 일이 있어도 침착하시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신관님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연신 땀을 닦았다. 그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로브를 쓴 남자의 눈치를 봤다. 남자는 아직도 몸을 내 쪽으로 돌린 채였다. 분명히 날 보고 있었다.
“레이디의 이름이 아델이셨군요.”
선반에 신문을 올려놓고 나가려던 차에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가 말을 꺼내자 신관님은 앉아 계신 의자에서 튀어나갈 정도로 몸을 움찔거리며 놀라셨다.
“아까는 고마웠어요.”
그가 이어서 말했다.
“아닙니다.”
“아까? 아까… 무슨 일이?”
이제는 파들파들 떠는 지경까지 온 신관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관님은 어째선지 그에게 말을 거는 행위 자체를 불경스럽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방금 전에 아델 양이 자네를 찾는 걸 도와줬거든.”
자연스럽게 신관님께 하대하는 모습에 놀랐다. 어딘가의 귀족인 걸까? 서민들이 사는 곳에 내려오기엔 체통을 구기니까…. 그래서 저렇게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건가? 나는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헛기침을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신관님께 존대를 했다.
“신관님의 인덕 덕분에 신전에 좋은 분들이 많아 여신께서도 기뻐하고 계실 겁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황공할 따름입니다….”
신관님은 그렇게 대답하시면서 내게 눈치를 줬다. 얼른 나가라는 뜻인 것 같아서 나는 인사를 다시 하고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방을 나섰다.
“난 정말로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문을 닫기 직전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내게 말을 걸었을 때와는 다르게 단호했다. 닫힌 문에서는 더 이상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얼마나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는지 귀를 가져다 댄다 한들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눈앞에 있는 데이지 꽃 리스를 가만 바라보다가 그 자리를 떠났다.
‘아가씨.’
남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어떻게 저렇게 낯간지러운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다 있담. 나는 머리끝을 손가락으로 휙휙 저으며 꼬았다.
둘의 대화는 해 질 무렵에야 겨우 끝이 난 듯 신관님과 남자가 예배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여느 때와 똑같이 마을 사람들이 예배당에 다녀간 뒤의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남자를 이렇게 다시 볼 줄은 몰랐다. 난 우연히 다시 만난 그를 몰래 훔쳐보았다.
신관님은 아직도 땀을 잔뜩 흘리고 계셨고, 남자는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얼굴이 로브로 가려져 입만 보였기에 그의 속마음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는 덥지도 않은지 소매조차 걷지 않고 처음에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여기는 남쪽 지방이라서 다른 곳보다 더 더울 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역시 이쪽에선 그런 위험을….”
“괜찮습니다. 이해하고 있어요. 신전은 더욱 조심하는 게 맞습니다.”
남자는 다정하게 말하며 신관님의 손을 잡고 그를 다독였다. 나는 삐뚤어진 의자를 가지런히 정돈하며 그 대화에 귀 기울였다. 신관님이 저렇게 쩔쩔매시는 건 정말로 처음 봤다.
“그럼 이젠 가보겠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신관님이 다급하게 그를 붙잡았다. 남자의 로브 소매를 덥석 잡았다가 신관님 본인이 더 소스라치게 놀라시며 허둥지둥 손을 뗐다.
“적어도 생필품이라도 준비하게 해주세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곳도 사정이 그리 넉넉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요.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허나….”
신관님이 애절하게 말했지만 남자는 다시 사양했다. 말은 부드러웠으나 목소리는 단호했다. 어떤 부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부탁을 거절당한 이상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 늙은이의 부탁입니다. 들어주십시오. 잠, 잠시만…. 아! 아델!”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던 신관님이 날 발견하고 소리쳤다.
“아델, 이분께 여행에 도움이 될 것들을 내드려라.”
신관님의 말에 따라 남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던 그의 입술이 놀란 듯 살짝 벌어졌다.
“또 뵙는군요. 아델 양.”
“아…, 네…. 안녕하세요.”
남자는 순식간에 방금 전처럼 다시 미소 지으며 내게 인사했다. 멋쩍게 대답한 나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의 눈동자는 내게 보이지 않는데도 그가 보내는 시선은 무엇보다 선명하게 느껴졌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얼른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하곤 남자를 지나쳐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면서 힐끔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를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문을 닫았다.
남자를 지나쳤을 때, 그에게서 화약 냄새를 맡았다. 화약 냄새와 건초 냄새. 그리고 거기에 가려진 희미한 데이지 꽃향기가 났다.
“뭐 하는 사람일까.”
발을 부지런히 부엌으로 옮겼다. 위험한 사람일지도 몰라. 이 마을에서 화약 냄새라곤 가끔씩 산사태로 막힌 길을 뚫을 때나 맡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그 검도 그렇고….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거나…. 그런데 그런 건실치 못한 사람을 신관님이 어려워하는 것도 이상하다. 어쩌면 어딘가의 기사님이라든가. 어쩌면….
“아니. 말도 안 돼.”
불경한 생각을 잠깐 했다. 머리를 붕붕 흔들며 부엌 찬장에 있는 빵을 챙겨 천으로 쌌다.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 여행에 필요한 게 뭐일지 고민됐다. 우선 식량과…. 다음은 혹시 다칠 수도 있으니까 약과 붕대…. 약도 필요하겠지?
혹시 몰라서…, 라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집어 넣다보니 짐 보따리가 한 덩어리가 됐다. 더 필요한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기서 짐이 더 커지면 그건 그것대로 여행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참았다.
그 짐을 품에 안고 다시 예배당으로 가니 남자와 신관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꽤…. 성대한 준비물이네요.”
남자가 내가 들고 있는 짐 덩어리를 보며 말했다.
“아델!”
신관님도 당황하며 말씀하셨다.
“…죄, 죄송합니다.”
“왜 아델 양이 사과하시죠. 저를 위해 준비해 주신 거잖아요. 감사합니다.”
남자가 짐을 손에 들며 말했다. 그는 정말로 기분이 좋은 건지 소리 내서 웃었다. 그런데도 그 웃음소리가 경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멋있었다. 웃음소리마저도 다른 마을 남자애들과는 달랐다.
“덕분에 한동안은 고생하지 않겠네요. 고마워요. 아델 양.”
“아…, 아니에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절로 기어들어갔다.
“그럼 정말로 가보겠습니다.”
남자가 처음 봤을 때처럼 내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떠나는 길에 여신의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떠나는 길에, 여신의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신관님이 축복의 말을 읊으시고, 나도 따라서 그에게 축복을 빌었다. 그는 우리의 인사에 고개를 까닥인 뒤에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신전을 나갔다. 겨우 안심했다는 듯 깊게 내쉬는 신관님의 한숨소리와 함께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점차 멀어져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나는 닫힌 신전의 문을 바라보았다.
여름이 끝났다. 그리고 가을부터 제국의 남쪽 지방은 우기가 시작된다. 청명한 여름의 하늘은 회색빛 구름으로 뒤덮이고 마을은 조용하게 잠들어 스테인드글라스에 부딪히는 빗소리만이 유일하게 세상을 채웠다. 이 시기엔 마을 사람들도 예배당을 찾지 않아서 신전은 텅 빈 유령의 집처럼 보였다.
우기에는 예배당 안에 횃불에 불을 피워 안을 밝혔다. 아직 횃불에 불을 붙이지 않아 어둡게 가라앉은 예배당에 있노라면 나의 마음도 차갑게 가라앉는 것 같았다.
나는 여신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우기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기를, 올 한 해도 별 탈 없이 지나가기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올리는 매일 똑같은 시답지 않은, 진심이 담기지 않은 기도. 그런데 갑자기 그 남자가 떠올랐다. 한 달 전에 불쑥 신전을 찾아왔던 정체불명의 남자.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남자가 떠난 뒤에 신관님께 그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내 질문에 신관님은 고개를 저으며 모르는 게 약이라고 대답하셨다. 검은 로브를 쓴 중저음이 멋있었던 그 남자. 그와 내가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아니…. 나는 신관님처럼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 그도 그럴게 그는 이 마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이 마을에서만 살아갈 테니까. 이미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짧게 스쳐 지나가버렸다. 여신이시여, 그 남자가 무사히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기도의 끝에 짧게 덧붙였다.
예배당에 마을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신전도 한가해진다는 의미였다. 예배당 청소를 하고 기도도 마친 나는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그저 가만히 앉아있었다. 빗소리는 마치 음악소리처럼 일정한 박자로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톡. 톡. 톡. 탭댄스 같은 소리였다. 나는 멍하니 여신상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똑같이 자애의 미소로 여신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쾅!
그때 누군가가 신전의 문을 거칠게 두들겼다. 예배당의 문은 열려있는데도 낯선 이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쾅!
다시 문이 흔들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 누구지? 신전은 모두에게 열린 곳이었다. 한 번도 신전의 문이 잠긴 적은 없었다. 그런 신전의 문을 노크한다니 들어본 적도 없었다.
“누구세요?”
문 너머의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육중한 문을 미는 손이 왠지 모르게 떨려왔다.
“당신은….”
그 순간 벼락이 하늘을 찢었다. 순간적으로 새하얗게 변한 눈앞에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방금 전 떠올렸던 그 남자가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바로 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내게 쓰러졌다. 한 박자 늦게 들려온 커다란 천둥소리가 예배당을 흔들었다. 남자에게선 비릿한 쇠 냄새가 났다
나보다 덩치가 큰 그를 받아들지 못했다. 그가 바닥에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게 고작이었다. 내가 남자를 끌어안자 그는 신음소리를 흘렸다. 얼마나 다친 거지? 남자를 질질 끌어 예배당 의자에 몸을 눕혔다.
그를 만진 내 손은 피범벅이었다. 안 그래도 비를 맞아 젖은 로브는 피로 또 젖어 원래 가지고 있던 색보다 훨씬 짙은 색으로 변해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치마에 대충 피를 쓱쓱 닦고 무릎을 꿇어 그의 옆에 앉았다. 후드를…. 벗겨도 되는 걸까? 함부로 그의 얼굴을 봐도 될까 고민했다.
“으윽….”
남자가 발작하듯 몸을 비틀었다가 이내 다시 축 늘어졌다. 이러다가 죽겠어…. 나는 조심히 그의 후드를 벗겼다. 검은 로브에 가려져 있던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을 침을 삼키며 바라보았다.
로브로 가려져 있던 얼굴은 고통으로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무척 잘생긴 얼굴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식은땀으로 잔뜩 젖어 하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눈을 가리고 있는 앞머리를 넘겨주었다. 이마와 눈썹이 드러난 얼굴은 정말로 고왔다. 그는, 얼굴조차도 마을 남자들과는 달랐다.
그의 땀을 소매로 닦아내고 이마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에 힘을 모으자 서서히 따스한 초록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할 수 있던 몇 안 되는 재주 중 하나였다. 그에게 내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회복 마법을 걸었다. 하지만 회복 마법은 말 그대로 회복을 도와주는 것일 뿐 만병통치약은 아니었다. 상처를 지혈해야 해…. 조심히 그의 로브를 벗겼다. 그의 왼쪽 옆구리가 벌어져있었다. 칼로 도려낸 상처였다.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상처를 꾹 누르자 남자가 허억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도망가!!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 가서, 숨, 어….”
남자는 헛것을 보는지 정신을 잃은 채로 무어라 소리쳤다. 나도 그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대로는 죽는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열이 올랐던 몸은 이젠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중상을 입은 채로 비를 맞았다. 거기다가 이 꼴로 신전까지 찾아왔다. 그가 상처를 입고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다. 이대로라면 그는 죽겠지. 치료를 도와줄 누군가를 부르러 가야 했지만 곁을 떠나면 그는 죽을 거였다.
나는 뒷걸음질 쳤다. 남자의 생의 불꽃이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왜일까? 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빌게 되는 걸까. 그의 손을 잡았다. 두 손으로 붙잡았는데도 남자의 손은 나보다 훨씬 컸다. 그의 손을 잡고 회복 마법을 걸었다. 맞닿은 피부를 통해 내 생명력이 그에게 흘러들어가는 걸 느꼈다.
여신이시여, 그를 살려주세요.
지금까지 불경한 생각을 한 벌을 받고 있는 게 틀림없다. 사죄합니다. 제 간악한 죄를 용서해 주시고, 그를 살려주세요…. 왜 이렇게까지 필사적이게 되는 거지. 이젠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붙잡은 그의 손에 내 이마를 가져다 댔다.
그는 마을 남자들보다 키가 컸고, 목소리가 듣기 좋았고, 특이한 향이 났다. 짧게 나눈 대화로도 그의 말투는 도시 사람 같았고…, 귀족의 예의가 몸에 배어있었다. 그런데도 여타 시골 귀족들과는 다르게 상냥했다. 그러니까…. 그래서 그는 특별했다.
비록 만난 적은 예전 한 번뿐이고, 몰래 훔쳐본 얼굴 말고는 방금 전까지 외모도 몰랐지만…. 내가 잡아본 남자의 손이라곤 신관님의 손뿐이었다. 남자의 손은 손등은 고우면서, 손바닥은 굳은살이 박인 게…. 특별했다. 다른 누구보다도 그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부디, 여신이시여. 그를 돌봐주소서. 회복 마법을 한계보다 더 써서 생명력이 부족해졌는지 시야가 어지러웠다. 눈앞이 빙그르르 돌았다. 안되는데. 내가 아니면 그는 죽는데, 그런데…. 눈이 감겼다. 스르르, 그대로 난 그의 몸 위로 쓰러졌다.
꿈을 꿨다. 아주 어릴 적에…. 신전이 날 거뒀을 때를 추억하는 꿈이었다. 너무 어린 시절이라서 단편적으로 남은 그때의 기억은 가끔씩 이렇게 꿈의 형태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금보다 훨씬 젊은 신관님이 내 손을 잡고 여신상 앞으로 데려오셨다. 손에 진저 쿠키를 하나 쥐여주고, 여신의 이야기를 했었지.
‘여신은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이 땅에 강림하시지. 그러니까 어떤 사람에게도 착하게 행동해야 한단다. 그게 여신님이 강림하신 모습일 수도 있으니까.’
‘여신님이 아닌 걸 알면 마음대로 해도 돼요?’
‘하하. 아델, 이 말의 뜻은 여신님에게만 잘하라는 게 아니란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여신님이 깃들 수 있단다. 그러니 그 누구에게나 공명정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야. 반대로는 누구를 위해서, 보는 눈이 있으니까. 이런 이유로 상대방에 대한 태도를 달리 하지 말라는 교훈이기도 하단다.’
‘그런 거 모르겠어요.’
‘아직 어리니까. 배워나가다 보면 점차 알게 될 거다.’
젊었던 신관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웃으셨지.
눈을 떴다. 익숙한 내 방 침대 위였다. 몸 위에는 부드러운 모포가 덮여있고 창밖에는 여전히 지긋지긋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치료를 하던 내가 정신을 잃었으니, 분명….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모포를 걷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가 여기 있었다. 남자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침대에서 제일 먼 곳. 책장 앞에 낡은 의자를 하나 놓고, 무릎에는 책 하나가 뒤집어져 있었다. 그는 여전히 검은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후드는 벗은 채였다. 숙인 고개를 그의 앞머리가 가리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색-. 새액-.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죽은 건 아닌 듯했다. 환상도 아니었다. 진짜로 살아있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앞머리를 걷어내려 했다.
“…읏!”
남자가 내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강한 악력에 나도 모르게 아픈 소리를 냈다.
“…아델 양?”
그는 손에 힘을 빼고 내 이름을 불렀다.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보이는 남자는 어딘가 순진해 보였다.
“미안합니다. 깨어나셨군요.”
그의 눈동자는 검은색이었다. 쓰러져있을 때의 남자는 어쩐지 폭풍우 속의 가련한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강인한 여유로움이 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맣게 칠했는데도 단정한 얼굴 덕에 사악해 보이지 않았다.
검은 눈동자를 이렇게 똑바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신전에선 검은 눈을 여신의 눈동자라고 설명하곤 했다. 그래서 귀족들이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거라고 덧붙였었다. 그 말을 믿은 적 없었는데 이 남자의 눈을 보고 있으니 왠지 그 말이 사실이라고 맞장구치게 될 것 같았다. 남자의 밤하늘보다 어두운 칠흑의 눈동자는 역설적이지만 누구보다 반짝이는 별 같았다. 빛이 있고, 힘이 있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눈이었다.
“아델 양?”
내가 가만히 굳어있자 그가 내 이름을 다시 불렀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깨우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아닙니다. 괜찮아요. 잠자리가 좀 예민한 편이라…. 놀라게 해드렸군요.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그의 질문에 나는 내 몸을 돌아보았다. 난 더할 나위 없이 멀쩡했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몸 상태를 묻고 싶은 건 이쪽이었다. 그렇게 죽어가고 그는 지금 내 앞에 멀끔하게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었다.
“그럼요. 멀쩡해요. 그…, 저기…. 그쪽께선 어떠세요?”
“하하…. 그쪽이요?”
남자가 하하하 웃었다. 이름을 모르니까 어쩔 수 없잖아.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보자 그가 손을 흔들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음…. 그쪽보다는…. 콜이라든가? 그래. 콜이라고 불러주세요.”
“본명이 아닌가 봐요?”
누가 자기를 콜이라든가?라고 설명해? 그는 변명할 마음조차 없어 보였다.
“네. 급하게 지었어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이해해 주세요. 레이디.”
그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레이디의 방에 이렇게 허락 없이 들어온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델 양께서 절 돌봐주시다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어떻게든 사죄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나지막하게 말하며 후드를 써 얼굴을 가렸다. 그는 내게 도망쳐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아델 양은 이미 제 얼굴을 보셨으니까, 여기선 조금 편하게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한동안 실례해도 괜찮을까요?”
“한동안?”
갑자기 무슨 소리지? 나는 그에게 두 발짝 다가섰다.
“몸이 다 완치될 때까지 이 신전에서 신세 지게 되었습니다. 신관님의 배려 덕분이지요.”
그는 다시 두 발자국 멀어졌다. 그의 긴 다리 덕분에 네 발자국 걸었을 뿐인데 남자는 벌써 문 앞이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델 양.”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인사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는 내게 대답할 찰나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그와 나눈 짧은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멀뚱멀뚱 제자리에 서있었다.
남자는 한동안 신전에서 머물 거라고 했다. 손으로 입을 막았다. 남자가 신전에서 머문다고 말했다! 후드에 가려지지 않은 그의 맨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런 밀밭밖에 없는 시골마을보다는 화려한 수도 속에 있는 게 어울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수도를 가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자칭 콜이 선언한 대로 남자는 상처가 나을 때까지 신전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는 신전에서도 제일 구석에 있는 방을 쓰기로 했다. 신관님은 몇 번이고 그와 엮이지 말라고 사제님들에게 주의를 주셨다. 그는 사제님들에게 인사할 때조차 로브를 벗지 않았다. 누군가가 신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게 아니냐고 투덜거렸지만 그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저 웃을 뿐 그런 말엔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가 전에 말했던 것처럼, 그의 신세를 돌봐주게 되었다. 하던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그의 시중을 들었다. 시중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남자는 정체를 드러내면 안 된다며 방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를 위해서 식사를 가져다주고, 세탁물을 받아 세탁 바구니에 넣어줄 정도의 일을 했다.
저녁엔 그의 붕대를 갈아주었다. 사내의 벗은 몸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는 내게 몸을 보이는 게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했다. 남자의 몸은 단정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흉터가 많았다. 거기다 그 상처들은 전부 최근에 생긴 걸로 보였다. 어쩌다가 다쳤냐고 물어도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물을 때마다 그는 웃으면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넘기려고 했다.
제일 심한 상처는 역시 신전에 왔을 때 있던 찢긴 옆구리였다. 그는 최대한 이때도 대수롭지 않은 척하려고 노력했지만 약을 바르면 여지없이 신음소리를 냈다. 남자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곤 했다.
상처를 치료하고 붕대를 갈아주고 난 뒤에는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그의 말동무를 했다. 남자의 식탁 예절은 무지한 내가 보기에도 완벽해보였다. 무슨 감자수프를 먹는데 저렇게 절제된 수저 놀림을 하는지 영 모르겠다.
그는 매 식사시간마다 내 몫의 음식을 보면서 ‘그 정도만 먹어도 괜찮아요?’라고 내게 물었다. 그럼 나도 매번 ‘많이 못 먹으니까 괜찮아요. 1인분을 그대로 가져왔다간 아까운 음식을 남기는걸요.’라고 대답했다.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몰라도 높은 사람인 건 확실해 보였다. 신관님이 유독 그의 식사에 신경을 썼다. 가난한 마을에 있는 가난한 신전이다. 있는 건 항상 감자와 밀뿐인데…. 신관님은 남자에게 어디서 구해온 건지 모를 고기를 내놓았다. 그 덕분에 나도 난생처음으로 제대로 된 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자칭 콜, 그는 나와 있을 땐 평범한 차림이었다. 아니…. 방에 있으니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그를 보면 그도 평범한 사내처럼 보였다. 그의 외모는 마을의 ‘평범함’과는 거리가 꽤 멀긴 했지만. 어쨌든, 그는 언제라도 입을 수 있도록 로브를 항상 옆에 두면서도 나에겐 맨얼굴을 보여주었다.
이미 들켰으니까 괜찮아요.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남자는…. 신기했다. 여타 다른 마을 청년들과 똑같은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데도 묘하게 귀티가 났다. 햇빛에 타지 않은 하얀 피부가, 찰랑거리는 거칠지 않은 머리카락이, 농사일을 하는 남자애들과는 다른 손이 신기했다.
지금도 그렇다. 신전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 마을에 책을 읽는 사람은 없었다. 글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 애초에 신전에서도 경전이나 겨우 읽을 뿐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멍청했고, 무지했다. 그런데 남자는 아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남자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익숙한 책이 들려있었다. 나는 신전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었다. 멍청한 마을 애들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날 버린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다고 마을 사람들이 말했었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신전에서 지내는 매일 책을 읽었다.
할 일이 없으니까 당연하죠.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여기 사람들은 할 일이 없으면 잤다. 잠도 오지 않으면 남사스러운 짓을 했었다. 그의 행동은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남자가 책에서 눈을 떼며 내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일찍 일어나셨네요.”
“덕분에요. 아침밥 냄새가 무척 맛있게 나서 그만 눈이 떠졌어요.”
나는 책상 위에 그의 식사를 올려놨다. 아침은 또 지긋지긋한 감자수프와 막 구운 하얀 빵이었다. 그리고 특별히 그를 위해 준비한 계란 두 개가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 책을 놓고 내게 다가왔다. 힐끗 보자 낡은 가죽 커버로 된 책이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아마 여신의 일대기를 그린 책이었을 거다.
“어릴 적에 읽은 책이었는데 다시 읽으니까 새롭네요.”
그는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말했다.
“여신에 관한 이야기는 좋아해요. 왕도면서 영웅적이죠. 신앙심이 없는 사람도 여신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저절로 신전을 찾게 될 정도로 말이에요. 저는 오히려 신앙심이 투철해서 여신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지만요.”
“본적도 없는데 여신을 믿으시나요?”
그의 수줍은 미소를 보고 나도 모르게 질문했다. 신전에서 사는 몸으로, 앞으로 성인이 되면 사제가 되어 여신께 은혜를 갚는 삶을 살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하면 안 되는데…. 그도 조금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이내 다시 미소 지었다.
“그럼요.”
남자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는 눈을 돌려 커튼으로 가려놓은 창문을 바라보았다. 짙은 커튼에 가려진 창문 밖은 여전히 우기로, 비가 오고 있었다.
“저는 형제가 있습니다. 언제였을까요. 동생이 8살쯤 됐었을까? 저는 그 아이보다 두 살쯤 많아요. 그런데 형답지 못하게 그 아이의 장난감을 뺏었어요. 그래서 엄청 싸웠죠.”
그는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사람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외롭고…, 안타까워 보일 수 있는 건가. 나는 그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내가 두 발자국 다가가도, 이젠 멀어지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제가 잘못했는데도 먼저 사과하고 싶지 않았어요. 가족끼리 신전에 예배에 갈 때까지도 서로 토라져있었죠. 그래서 그 아이가 몰래 예배 중에 도망갈 때도 저를 찾지 않았어요. 동생이 없어져서 다들 발칵 뒤집혔었죠. 저는 왠지 그게 다 저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내가 같이 있었더라면…. 하는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바로 곁에 서있었다.
“동생은 혼자 다니면 안됐어요. 저희 집안은 꽤 복잡해서…. 위협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예배가 끝난 뒤에도 계속 기도했습니다. 동생을 찾게 해달라고. 그럼 그녀석이 어떤 천방지축이어도 좋으니까 찾아달라고 빌었어요. 다행히 동생은 찾았습니다. 어디서 찾았게요?”
“모르겠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모든 신전은 데이지 꽃을 기르죠. 여신의 상징이니까요. 제 가족이 갔던 신전은 이곳보다도 훨씬 큰 곳이어서 무척이나 넓었어요. 그런 신전의 뒷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 데이지 꽃밭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동생이 있었어요. 데이지 꽃밭 사이에 파묻혀서 자고 있었죠.”
그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데이지 꽃은 여신의 상징이잖아요? 그때부터였습니다. 여신을 진심으로 믿게 된 건…. 여신이 동생을 보호해 주셨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빌었던 것처럼 동생은 엄청난 천방지축으로 컸거든요. 어릴 땐 좀 소심하고 멍한 아이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동생이 속 썩이나요?
남자의 손을 붙잡았다. 그는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곧 내 손을 맞잡았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 미소가 비에 젖은 강아지 같이 쓸쓸해서 마음이 아팠다.
“또 싸웠어요. 그때 장난감을 뺏은 복수인지. 제가 가진 건 뭐든 다 내놓으라고 해서….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했더니 크게 화를 내더라고요.”
불현듯 이게 단순히 옛날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의 눈은 잔잔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 그 눈동자 안에는 내가 있었다.
“그날 입은 상처…. 동생에게 당한 거죠?”
“어떻게 알았어요?”
그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모를 수 있어요.”
“…맞아요. 아델 양이 알아줬으면 해서 이야기했어요. 혼자서는 조금 답답했거든요.”
왜일까요? 남자가 물었다.
“아델 양에겐 뭐든지 다 털어놓고 싶어지네요.”
“네?”
“마치 여신님 같아요. 처음 봤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여신님도 아델 양처럼 금발에 푸른 눈이셨다고 하죠. 거기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녀였다고 경전에는 적혀있죠. 신전에 있는 여신상은 전부 자애로운 여성의 모습이지만…. 그래서 아델 양을 처음 뵈었을 땐 여신님이 이곳에 강림해 계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내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내 금색 머리칼이 그의 손에 잡혔다가 스르륵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그래서일까요? 아델 양에겐 뭐든 말하고 싶어요. 제 모든 걸 알아줬으면 해요.”
“콜 씨….”
내가 그를 부르자 그는 하하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역시 그 이름은 익숙해지지 않네요. 앞으론 그렇게 부르지 마요.”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셔도.”
“아델이라고 불러도 돼요?”
속을 모르겠는 웃음이었다. 친해지고 싶어요. 그렇게 덧붙인 그는 내게서 두 발자국 멀어졌다.
“…안될 건 없어요. 콜 씨.”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깐. 아델.”
말까지 놓는 줄은 몰랐는데.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비구름 때문에 낮에도 어두운 방 안을 램프가 주황빛으로 비췄다. 벽에 길게 남자의 그림자가 있었다. 키가 큰 그답게 그의 그림자는 엄청나게 길었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알려주세요.”
“……이름을 불러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아델 양을 위험하게 만드니까 안될 것 같네요.”
다시 호칭이 돌아왔다.
“콜이라고 불러도 돼요. 대신 씨는 빼요.”
“…네?”
“아델이라고 부를 테니까, 맞춰서 콜이라고 불러줘요. 그냥 콜.”
“…싫어요.”
“왜요?”
“콜 씨가 저보다 나이가 많잖아요.”
“뭐라고요? 하하하!”
아하하하! 그가 큰소리로 배를 잡아가며 웃었다.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그는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겨요.”
투덜거리며 내가 말했다.
“아니, 아니에요…. 아하하, 하하. 그렇죠. 제가 아델 양보단 나이가 많죠. 아…. 하하하…. 그렇지만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는데. 너무하네요.”
“…좋아요.”
“응? 뭐가요.?”
“아델이라고 불러요. 그럼 저도 저기요라고 부를 테니까요.”
“그건 콜보다 싫은데요.
“몰라요!”
혀를 베- 내밀고 뒤돌아 나왔다.
“제 몫의 수프가 식기 전에 밥 먹으러 갈 거예요."
“맛있게 먹어. 아델.”
문이 닫히기 전에 저기요 씨가 말했다. 모르겠거든요. 흥! 나는 문을 쾅 닫았다. 예의가 아닌 건 알지만 조금… 부끄러워서 과격해졌다.
그날 내 몫의 수프는 아슬아슬하게 개밥이 되기 전에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남자는 내게 친근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게 나쁘지 않았다. 기분 좋았다. 그와 이야기하는 시간은 즐거웠다. 그의 곁에 있지 않을 땐 그의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 그와 함께였다.
그는 신관님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툭하면 여신의 뜻이라며 경전의 이야기를 읊는 신관님과는 달랐다. 그는 여러 이야기를 알았다. 외국에 다녀온 적도 있다고 했고, 가희가 있는 커다란 극장의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고향이 어딘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몸에 밴 교양을 보면서, 그가 수도 사람일거라고 확신했다.
나는 오늘도 남자에게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고 사제님들을 돕기 위해서 예배당으로 갔다. 우기가 길어질수록 습도는 점점 올라가서 예배당엔 끈적한 공기가 감돌았다. 예배당의 물건이 상하지 않도록 신전에서는 횃불을 피워 최대한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피부에 달라붙는 공기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뜨겁게 달아올라 전보다 더 불쾌해지곤 했다.
하루 종일 쏟아지는 비도 그랬지만 이 더운 공기가 마을 사람들이 우기에 예배당을 찾지 않게 만드는 이유였다. 나는 밤사이에 꺼진 횃불에 기름을 채워 넣었다. 그러자 예배당이 환하게 밝아오고 여신상도 따스한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런 예배당의 구석에 온통 검은색 일색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어?
“누구세요?”
나는 당황하며 큰 소리로 물었다. 이런 이른 아침에 그것도 우기가 한창인 이런 날씨에 예배당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니. 정체불명의 사람은 누군가처럼 검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 이렇게 더운데 로브를 껴입다니 제정신이야? 거기다가 왜 이렇게 검은 로브를 입은 손님이 많은 거지?!
그 사람은 내가 묻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다음 후드를 벗어 자신을 드러냈다. 갈색 머리카락에 진지한 얼굴. 본 적 없는 사내였다.
“여기 계시는 분을 뵈러 왔습니다.”
사내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는 쉬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그분께 알버트가 찾아왔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믿지 못하시면 귀한 분의 부적을 찾아 돌아왔다고 해주세요.”
“그…그분이요?”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사내처럼 검은색 로브를 입고 찾아왔던 한 남자.
“이곳에 귀한 분이 한 분 계시지 않습니까?”
“여기는 신을 모시는 곳입니다. 누구나….”
누구나 여신의 밑에선 평등합니다,라고 틀에 박힌 대답을 하려 했다. 이 사내는 누군지도 몰랐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하는 듯 보였으니 함부로 그의 거처에 대해 알려선 안될 것 같았다
“부탁합니다. 레이디.”
그런데 사내는 확신에 가득 차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 목소리는 비통할 정도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내 대답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레이디.”
나는 뒤를 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남자는 아직 식사를 하고 있을 거였다. 그는 절대 뭐든지 급하게 먹지 않았다. 저녁마다 지켜본 그의 여유로운 나이프 쓰는 법을 떠올리면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똑. 똑. 똑.’
일정한 박자로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저예요,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남자가 들어오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아델? 점심때까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요.”
“손님이에요.”
“…제게요?”
그는 갑자기 긴장했다. 접시 위에 쥐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입가를 냅킨으로 톡톡 두드려 닦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손에는 로브를 들고 다른 손에는 검을 쥐고 내 말을 기다렸다.
“알버트라는 자가 찾아왔어요. 부적을…. 부적을 찾아왔다고 했어요.”
“알버트!”
그는 내 말을 따라하며 감탄했다.
“감사합니다. 아델 양.”
그는 빠르게 로브를 입고 얼굴을 가린 채 나를 지나쳐 방을 나섰다. 내게 고개를 까딱이며 감사 인사를 표했지만 갑자기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가는 모습에 어딘가 마음이 불편해졌다.
아는 사람인가? 그래서 저렇게 반갑게 뛰쳐나가는 걸까? 아니면, 아니면 혹시 속은 거면? 그가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대고 거짓말을 하는 거면 어떡하지? 나는 급하게 그를 따라갔다. 양손으로 거추장스러운 치마를 들고 예배당을 향해 달렸다.
예배당에는 남자와 알버트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알버트는 아까 내게 모습을 보였던 것처럼 여전히 얼굴을 드러낸 채였지만 그는 급하게 쓴 로브의 후드를 벗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감격에 겨운 포옹을 짧게 나눈 다음 떨어졌다. 남자는 알버트의 어깨를 붙잡고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다. 알버트도 여전히 진지한 표정이었지만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알버트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남자는 물건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무어라 길게 말을 꺼냈다. 알버트는 그 말을 듣더니 그에게 경례를 했다. 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알버트가 여신상 옆에 서서 그 둘을 훔쳐보고 있는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는 내게도 예를 갖춰 인사를 한 뒤 그대로 뒤를 돌아 신전을 나갔다. 남자는 닫힌 예배당의 문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내게 돌아왔다.
“고마워요.”
그가 내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뭐가요?”
“알버트를 믿어줘서요. 그는 제 기사거든요.”
“…기사요?”
기사가 있다니…. 역시 평범한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다.
“같이 방으로 갈래요?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
로브에 가려지지 않은 남자의 입이 미소 지었다. 그는 내 손을 놓지 않은 채로 나를 이끌어 방으로 돌아갔다. 남자의 다리는 나보다 한참 길어서 그의 한 걸음이 내 세 걸음은 될 것 같았는데, 하나도 급하지 않았다. 그는 내 보폭에 맞추어 천천히 걸었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로브를 벗었다. 그의 검은 머리와 준수한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남자는 기쁜지 내내 웃고 있었다.
“알버트가 찾아준 게 이거예요."
그는 가죽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하나 꺼냈다. 수수한 가죽끈에 나무로 조각된 데이지 꽃 장식이 달려 있었다. 기사가 귀족에게 건네줬다고 하기엔 너무나 수수한 목걸이였다.
“제 보물이고, 제 부적이에요.”
내 생각을 읽은 건지 남자가 대답했다.
“어릴 적에 마을의 어린 여자아이가 선물로 줬었어요. 그 아이가 주긴 했지만 아마도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아서 준비한 걸 거예요. 이런 질 좋은 가죽을 구하기 어려운 곳이었거든요. 선물 받은 날부터 한시도 몸에서 떼지 않았죠. 전에 말했던 동생 일이 있은 뒤로는 더 그랬어요. 데이지는 여신의 상징이잖아요?”
그는 데이지 장식을 소중하게 매만졌다. 데이지 장식은 남자의 손안에서는 너무 작아 보였다.
“목걸이 채워줄래요?”
나를 돌아보며 그가 말했다.
“제가요?”
“아델 양이요.”
내게 목걸이가 쑥 다가왔다. 나는 그걸 조심스럽게 받아들고 그의 등 뒤에 다가섰다. 남자는 내 키에 맞춰서 의자에 앉아있었다. 남자의 목에 목걸이를 채우면서, 그의 목덜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머리카락으로 살짝 가려진 그 목덜미에 후크를 채웠다.
“고마워요.”
목걸이를 채우자 남자가 웃으며 일어났다.
“이제야 안정감이 드네요. 얼마 전에 잃어버린 뒤로는 항상 목이 허전했어요.”
“어쩌다가 잃어버린 거예요?"
일어난 그는 이제 내 시선보다 한참 위에 있었다.
“집에…. 좀 문제가 생겼거든요. 그때 잃어버렸어요.”
“…무슨 문제인데요?”
남자가 내 물음에 시선을 피했다. 그가 대답하지 않는 사이 방 안에는 빗소리가 대화의 공백을 메꿨다.
“…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말할 수 없는 이야긴가요?”
“아델 양에게는 뭐든지 말하고 싶어져요.”
“말하면 되잖아요.”
어쩐지 이 이야기에 필사적이 됐다. 그의 이야기를 알고 싶었다. 그가 숨기는 이유를 듣고 싶었다. 그의 말대로 내게 뭐든지 말해줬으면 했다.
“아델 양을 위해서니까요.”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씩 웃으면서 이야기를 돌렸다.
“아델 양은 조각을 해본 적 있나요? 저는 데이지 장식을 조각해보는 거에 로망이 있었는데…. 다들 위험하다고 해서 아직 해본 적은 없어요. 검은 다루는데 조각칼은 위험하다니. 재밌죠?”
더 이상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확고한 의사 표명이 느껴졌기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요.”
남자가 신전에서 지내게 된 뒤로 바뀐 점이 하나 있다. 우리 사이가 놀라울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거다.
일평생을 이 신전에서 살면서 이렇게…. 누군가와 교류한 적이 없었다. 신관님과 그에게 보호를 받는 자로서의 이야기는 나누긴 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가 처음이었다. 뭔가를 알고 싶게 만드는 사람은, 속마음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내게 좀 더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하는 사람은 전부 다…. 처음이다.
하지만 그만큼 바뀌지 않은 점도 하나 있었다. 그는 절대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기의 이야기를 해도 자신을 알려주진 않았다. 그의 추억은 즐거웠고, 애달팠고, 흥미진진했지만 그 이야기 속에 그가 누군지 알 수 있는 단서는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다. 오로지 그가 느꼈던 감정만 거기에 있었다.
우리 사이엔 강이 있었고 나는 건널 수 없었다. 내가 배를 띄울 때마다 그가 파도를 일으켜 뒤집어 버렸기 때문이다.
“검을 다루는 건 어때요? 다치지 않나요?”
나는 그 파도를 헤쳐 나가고 싶었다.
“왜 다치지 않겠어요. 항상 다쳤죠. 보이나요? 이 손에 있는 흉터, 첫 진검 대련 때 제가 실수해서 난 상처에요.”
하지만,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그가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이…. 마음이 아팠다.
우기가 끝났다. 짧은 가을의 시작이다.
우기가 끝나면 사람들은 한 달간의 유예 생활을 끝내며 축제를 열었다. 무사히 우기가 지나간 것에 대한 여신에게의 감사를, 우기를 거치고도 수확할 수 있는 축복에 감사를.
마을의 광장에 장작들이 겹겹이 쌓이고 있었다. 그에 따라 신전도 덩달아 바빠졌다. 우기 기간에 태어난 아이에게 축복을, 세상을 떠난 자에게 축복을, 밀려오는 예배와 상담으로 정신이 없었다.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우기가 끝나면서 우중충한 날씨 덕에 더뎠던 그의 회복도 같이 끝이 났다. 그의 옆구리는 말끔하게 흉터도 없이 치료됐다.
“오히려 잔 상처들은 흉이 졌는데, 이렇게 큰 상처가 깨끗이 나으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아델 양 덕분이에요.”
그는 깨끗하게 돌아온 자신의 피부를 만지며 말했다.
“편히 쉬는 게 중요하다고 항상 말씀드렸는데. 그 몸으로 몰래 검술 연습하신 거 다 알아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하하.”
“매일 검 휘두르는 소리가 나는데 모를 수 있나요.”
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렇지만 몸이 굳으면 안 되거든요.”
그는 기지개를 쭉 펴며 대답했다. 남자는…. 처음 봤을 때보다 머리카락이 더 길었다. 앞머리가 길게 자라서 그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앞머리를 만졌다. 그가 살짝 놀랐다가 곧 사르르 웃었다.
“무슨 일이에요?”
“머리가 많이 길었네요. 잘라드릴까요?”
“아델 양이요?”
“…네.”
그는 자기의 앞머리를 쭉쭉 잡아당겼다. 그의 눈동자는 보일 리 없는 자신의 머리를 향해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
“그럼 부탁해도 될까요?”
“…가위를 가져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요.”
“좋아요.”
가위를 가지고 돌아왔을 땐 그는 검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
“이건 왜 입었어요?”
“머리카락이 옷에 묻으면 정리하기 귀찮잖아요.”
좋은 생각이죠? 그가 씩 웃으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앞에 마주 보고 앉았다. 그는 침대에 앉아 있었고, 나는 맞은편에 앉아 그와 얼굴을 마주쳤다. 남자는 준비됐다는 신호로 눈을 감았다. 감긴 눈의 끝에 매달린 속눈썹이 무척 길었다.
그의 머리는 부드러웠다.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는 아침에 젖은 게 채 마르지 않아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두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를 잡고 조심히 가위질을 했다. 서걱, 서걱-. 우리 둘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빗소리 외의 소리가 우리 사이를 채운 건 처음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한참을 가위질을 하고 다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탁자 위에 가위를 올려놓고 그의 머리카락을 털어 잘린 머리카락이 날아가게 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가 소리 내어 웃었다.
“후후…하하핫….”
“갑, 갑자기 뭐예요?”
그는 뺨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남자는 내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살짝 시선을 피했다.
“뭔가 부끄럽네요. 어릴 때 이후로 누가 머리를 만져준 건 처음이거든요.”
“그럼 지금까지 혼자 머리를 잘랐어요?”
“아, 아뇨…. 이발사는 있었지만. 아델 양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준 사람 말이에요.”
“쓰, 쓰다듬은 건 아니에요.”
“알아요. 하하.”
알긴 뭘 안다는 거야?!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참아보려 하는 것 같았지만 때때로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린 채로 쿡쿡 웃었다.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부끄러워지는 기분이었다.
“고마워요.”
한참을 그러던 남자가 드디어 웃음을 멈추고 날 향해 웃었다.
“마지막에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갈 수 있어서 기뻐요.”
"마지막이요?"
나는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그를 보았다. 그는 항상 쳐놨던 커튼을 환하게 걷은 채였다. 창문 밖에서 가을의 맑은 햇살이 방안으로 쏟아졌다. 창문을 열어뒀는지 어디선가 바람이 살살 불어오고 있었다.
“상처가 다 나았으니까요. 언제까지고 신전에 신세를 질 순 없잖아요.”
“하,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요?”
남자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은, 그의 깊고 어두운 검은 눈은 저 먼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정돈해 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그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할 일이 있어요. 제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는 일이죠. 아니…. 도망칠 수는 있지만 그래선 안돼요.”
“…왜요?”
“…글쎄요. 왤까요.”
그는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를 따라 바라본 밖은 푸르른 하늘이 높디높았다.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일까요. 저는 편하게 컸죠. 남들보다 많은 걸 누려오면서 컸어요. 아델 양처럼 일을 해본 적도 없죠. 힘든 일이라곤 여러 가지를 완벽하게 배워야 했던 것 정도. 하지만 이것도 평범한 사람들에 비하면 복에 겨운 소리라는 걸 알고 있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정말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 대가에요. 제가 해야 할 일은…. 태어난 이유 자체가 은혜를 갚는 거죠. 형님이 알려줬던 가르침이었는데 말이죠. 지금 제 동생들은 전부 잊은 것 같네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니까요!”
“형님이 있었어요. 존경하는 형이었죠. 그런데 얼마 전에 사고로 죽었어요.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채 저는 집을 나섰죠.”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제가 이젠 제일 큰 어른이 되었으니까, 동생들을 잘 돌봐야 하거든요.”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나보다 너무 커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고마워요. 아델 양. 아델 양이 있어서 신전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았어요. 더는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좋겠다고 빌 정도로 좋았어요. 부담 없이 소박하게 지내는 생활이 역신 제게 더 잘 맞나 봐요. 어느 때보다도 즐거웠거든요.”
“그럼 여기 더 있어도 되잖아요!”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나도 있다.
“미안해요. 당신에게 멋대로 의지해서.”
그가 나를 끌어안았다. 그의 가슴 안에 갇히는 순간 눈물이 새어 나왔다. 나도 온 힘으로 그를 마주 안았다. 그의 품에선 이젠 잔잔한 그의 체향이 났다. 전에 맡았던 향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였다. 남아있는 건 그의 체향과 은은한 데이지 꽃향기뿐.
“아델.”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억울했다. 나는 그의 이름조차 모르는데.
“당신의 이름을 알려줘요.”
“아델….”
그가 더 힘을 주어 나를 끌어안았다.
“나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게 해줘요!”
“미안해.”
나는 그의 품 안에서 억지로 빠져나왔다. 그는 슬픈 표정이었지만 나처럼 울지는 않았다. 그조차도 억울했다. 그는 내 이름도 알고, 나란 사람도 알고, 내 이야기도 알고 있었다. 이젠 내 마음도 아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의 이름도, 그도, 그의 마음도, 무엇 하나 알 수 없었다.
이젠 그가 보기 싫었다. 갈 테면 가라지. 내가 막아도 소용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어차피 떠날 사람이었다! 알고 있었다. 그가 언젠간 내 곁을 떠난다는 것쯤은. 이곳에 계속 머물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는데도!
“아델. 날 좀 봐.”
그가 나를 불렀다. 나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왜? 어차피 끝인데. 지금 더 본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는 떠나는 사람이었다.
뚝-.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가 억지로 내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목걸이….”
그의 목걸이에 걸려있던 데이지 장식이었다. 가죽끈을 반절로 끊어 그가 데이지 장식만을 꺼낸 거였다. 내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였다. 전에 그가 손에 쥐었을 땐 더할 나위 없이 작게 보였었는데. 억울해. 모든 게 억울해. 그와 다른 모든 게.
“선물이에요. 그대에게 여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그럼 당신은요.”
당신의 부적이라고 했잖아요. 남자는 대답 대신 내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제게 축복을 주세요. 그걸로 충분해요.”
그는 말도 안 되는 말만 했다. 매번 그가 어른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그는 어른이었고, 나는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떠나는, 길에…. 여신의, 축복이…. 함께한, 시기,를.”
울음이 목소리에 섞여 엉망이었다.
“고마워요.”
그는 다시 한번 나를 꽉 끌어안았다.
“가지 마요.”
그의 품 안에서 나는 엉엉 울며 그렇게 말했다. 계속해서 가지 마요, 가지 마. 제발요. 그렇게 빌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가둔 팔은 점점 단단해지는데, 내 마음은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그는 내게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다음날 남자는 떠났다. 그는 언제 연락이 닿았는지 알버트가 데려온 말을 타고 훌쩍 떠났다. 그의 옆에는 알버트가 있었다. 두 사람을 태운 두 마리의 말이 빠르게 사라졌다.
나는 마중을 나가지 않았다. 평소처럼 그에게 아침을 챙겨준 뒤 그대로 신전을 나왔다. 난…. 신전의 뒷산에 올랐다. 신전은 항상 데이지밖에 키우지 않아서…. 다양한 야생화들이 있는 뒷산을 좋아했다. 산행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올 때는 온몸을 꽁꽁 숨긴 채였으면서 갈 때는 후드를 쓰지 않았다. 말이 달려갈 때마다 흩날리는 그의 머리카락이 내 눈에 와 박혔다. 내가 손수 매만져준 머리였다. 그는… 떠났다. 정말로 떠났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가명은 콜, 이름은 모른다. 키는 여타 사내들보다 훌쩍 크고,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 단정하고 준수한 얼굴은 마을 밖을 나가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내게 첫사랑의 열병을 마음대로 떠넘긴 채. 떠나버렸다.
짧디짧은 2주간의 가을과 함께 내 첫사랑은 끝이 났다. 나는 그래도 그를 생각했다. 그의 목에 걸려있던 데이지 장식을 떠올렸다. 이제는 내 품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그 조각이 흔들리던 그의 목덜미를 기억했다.
신관님께 물으면 그의 이름 정도는 알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내 마지막 오기였다. 나는 여전히 예배당을 청소했고, 사제님들을 도우며 사제가 될 준비를 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신을 믿기 시작했다. 그의 떠나는 길에 축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여신님이 그를 돌봐주기를 바랐다.
이 겨울도 곧 끝나겠지. 다시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그가 찾아왔던 우기도 또 돌아올 거다. 나는 말을 타고 떠났던 남자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그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양치기 소년이었다.
“호외요! 호외!”
예전과 똑같은 말을 하면서 소년은 달려와 내게 신문을 팔았다. 신문의 첫 장에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난지 오래인 수도의 소식이 적혀있었다. 관심 없는 정치의 이야기가 한가득이었다.
‘……하여, 황권은 황자의 난을 진압한 제4황자가….’
나는 그대로 신문을 구겨 버려버렸다. 갑자기 화가 나 그걸 마구 찢어버렸다. 씩씩거리면서 나는, 나는…. 억지로 다시 그의 생각을 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 그는, 어디로 길을 떠났을까.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생각했다. 남자는 수도 사람 같았다. 기사가 있었으니 귀족인 것 같았다. 그의 몸에 밴 교양은 여타 남자들과 달랐다. 그는….
그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조각낸 신문을 바람에 날려보냈다.
‘덴 콜든, 2황자가 죽으면서 콜든 황가에 살아남은 황족은 이제….’
신문의 조각이 나풀…. 나풀…. 흘러…. 저 산 너머로 사라졌다.
곧 겨울이 끝난다. 나는 여전히 그의 이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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