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아직 소원을 빌 신이 없고, 인간이 신이었던 시절.
하나의 행성은, 하나뿐인 행성을 운영하며, 그것에 맞추어 "생명"이 요동치는 영역이 있었다.
에테르계라고 불리는 그 영역은, 시대에 따라서 많은 이명을 얻었다.
그들이 시대에서도, 마찬가지로――.
볼 수 없는 영역, 죽은 자의 돌아갈 장소라는 것으로, 「명계」라고 불렸다.
명계는, 신인 인간에게는, 매우 친근한 존재였다.
물이 땅에서 바다로 흘러가고, 바다에서 구름이 만들어져, 그게 비가 되어 다시 땅으로 돌아오듯, 생명의 순환을 책임지는 것 중 하나로써 소중히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지배했냐고 묻는다면, 모두가 고개를 젓겠지.
그들조차도, 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명계를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곳에서 힘의 일부를 끌어내는 건 가능해도, 그 흐름을 마음대로 다루는 일은 할 수 없었으니까.
그저, 아주 드물게 사람 중에서도, 명계의 사랑을 받는 자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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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수도 아모로트에선, 평온한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거리에는 부드러운 빛이 켜지고, 로브를 걸친 시민들이, 느긋한 발걸음으로 큰길을 돌아다니고 있다. 밤새 이야기하기에 어둡지 않고, 잠들기에도 밝지 않은 이 거리의 밤을, 모두, 각자 마음껏 보내겠지.
그런 가운데, 거리의 일각에 조성된 공원의 구석에서, 한 남자가 잔디밭에 누워 있었다.
다른 시민들과 같은 검은 로브를 두르고 있지만, 얼굴의 반절을 가리고 있는 건, 유일무이의 형태를 한 붉은 가면. 마음껏 뒹굴었는지, 거의 벗겨지고 있는 후드에선, 새하얀 머리가 드러나 있다.
가면의 그늘에 숨겨져 있는 그 눈은, 그저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언뜻 보면 별이라도 보는 것 같았지만, 그의 눈에 비치는 풍경은, 보통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만물이 지니고 있는 에테르가,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다.
그것은 대지에도 하늘에도 가득해, 별의 구석구석까지 통해있었다.
어디선가 책임을 끝낸 생명이, 바람을 타고 떠돌고 있다.
그것이 문득, 저쪽 편――명계에 빠져나갔다.
의식하기만 한다면, 아무리 깊어도, 아무리 멀어도, 순환하는 생명을 잡을 수 있다.
물질이 가지는 에테르를 보는 것이 가능한 자는 적지 않지만, 그처럼 선명하게,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자는 많지 않겠지.
그 힘을 가지면, 생명의 핵인 혼도, 각각의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명계의 주민인 된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남자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누군가가 잔디를 밟으며 다가오고 있는 걸 눈치챘다. 눈치를 채고――귀찮은 일을 내팽개치듯이, 눈을 감는다.
하지만 발소리를 낸 사람은 그의 머리맡까지 와, 멈춰선 채로 높은 곳에서, 서슴없이 말을 걸었다.
「14인위원회 취임 축하해 하데스. 아, 이제 에메트세르크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말을 들은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한 남자는, 가면에 가려지지 않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지그시 발치의 빨간 가면을 바라보았다.
――그대로 몇 초. 그 끈기에 두 손을 들은 건지, 누워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일어서서, 드러나 있던 흰머리를 칠흑의 후드 안으로 다시 숨기고 나서야, 무척 불쾌하다는 목소리로 방문자에게 대답했다.
「......축하해고 뭐고, 필요성이 있으니까 받아들여진 것뿐이다.
라고 할까, 네가 위원회에 들어오는 걸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휴트로다에우스」
「아니, 그거야말로 적재적소 라는거야.
보이는 걸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너와 달리, 나는(ワタシ) 즐길 뿐이니까.」
「그런 동기로, 창조물관리국 국장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어떨까 싶은데.
일단, 인민변론관에서, 적임자인가 아닌가를 논해도 좋잖아.」
말과 동시에 가면 안쪽을 힐끗 보지만, 창조물관리국 국장인 휴트로다에우스는,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밝은 미소를 계속 띠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차림은, 검은 로브에 새하얀 가면과, 아무 특징도 없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그 또한, 명계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에메트세르크와 동류였다. 어쩌면, 보는 것 자체는 그가 한 순위일지도 모른다.
그 두 눈은 항상, 본질과 진실을 꿰뚫어 보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다종다양한 「이데아」를 다루는 창조물관리국의 일은 정말로 딱 맞는 일이라고,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느긋함은 어떨까, 라고 매번 생각해 버린다.
에메트세르크는, 더욱 웃고 있는 휴트로다에우스에게 「……뭐야」라고 용건을 물었다.
그러자 물어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더욱 활짝 웃었기에, 에메트세르크는 조금..... 아니 많이, 괜히 물어보았다고 후회했다. 만, 이미 늦었다.
「취임한 거, 그 사람에겐 벌써 보고 한 거야?」
「.....하? 왜 일부러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어.
당연히, 누군가가 알려줬을 거고, 그렇지 않아도, 14인위원회의 인사라고?
금방 모두가 알게 돼.」
「그래도라고, 새로운 에메트세르크.
또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거라면, 내가 봐줄까?」
「아니. 필요 없다. 됐으니까 너는, 얼른 오늘 일을 끝내라.」
에메트세르크가 압력을 넣어 말하자, 휴트로다에우스는 처음으로 웃음을 거두고, 왜 일이 안 끝난 걸 들킨 거지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무언의 질문에 대답하자면, 또 긁어 부스럼이 될 것 같지만..... 가만히 대답을 기다리는 친구에게 다시 져, 에메트세르크는 한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라하브레아 놈이 왔었지.
그렇다는 건, 거물의 심사 의뢰다. 이 시간에 네가 일을 끝냈을 가능성은 작아.
그런데도 일부러 나를 찾아왔다는 건,
또, 상담인가 부탁인가 하는, 귀찮은 일을 가져온 거잖아.」
휴트로다에우스는, 들은 대답을 음미하듯이 잠시간 침묵하고―― 이윽고, 어깨를 떨면서 웃었다.
「아니, 그건, 취임이 결정됐는데 이런 곳에서 자는 친구가 생각나서,
축하의 말을 전하러 온 건데..... 후후.....
그렇네, 네가 행동하려면, 언제나 너 자신이 납득 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하지. 응, 정말로... 후후」
에메트세르크는 기분 나빠 보이는, 불쾌한 표정으로 그걸 바라보고, 딱히 용건이 없다면 하며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만, 휴트로다에우스가 황급히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확실히, 곤란한 안건이 없는 건 아니야.
괜찮다면 도와주지 않겠어? 위대한 에메트세르크」
「불사조의 이데아, 라고?」
창조물 관리국의 특별 층.
평상시엔 출입이 금지된 그 층의 복도를, 에메트세르크와 휴트로다에우스는, 깊은 곳까지 나아가고 있었다.
휴트로다에우스는 발을 멈추지 않고, 던져진 물음에 「그래」라고 수긍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생물은 아니야, 새의 형태를 한 마법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네.
뛰어난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고, 그걸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행사할 수 있어.
라하브레아의 혼신의 신작이고, "어떤 시점에서 보아도" 아름다워」'
「뭐……그렇겠지……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라는 거야?」
「말한 대로 그 불사조는, 생물로 창조된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형태 있는 마법으로 고안 된 건데…… 어쨌든, 한번 봐봐」
휴트로다에우스가, 그렇게 말하며 막다른 곳의 거대한 문에 손을 댄다. 문은 천천히 열리자―― 틈으로부터 들려오는 귀를 찢는 듯한 새의 울음소리에, 에메트세르크는 가면 속의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고, 문 너머로 향한다.
그리고, 괴성을 지르며 거대한 홀을 날아다니는, 불꽃색의 아름다운 새에 눈을 크게 떴다.
에메트세르크가 멈춰 선 것은, 그 날개가 화려했기 때문은 아니다.
새의 안쪽에……단순한 마법밖에 없을 터인 그것의 안에, 있을 리 없는 빛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혼이, 깃들어 있어……?」
――사람은, 창조마법에 의해, 신라만상을 만들어 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유일하게 만들 수 없는 게 「혼」이었다.
그것은 생물이 물질계의 도리에 의해, 즉 생물로서 모순이 없는 형태로 만들어졌을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마치 별이 주는 것으로, 사람은 혼자서 창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생물로서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은, 아무리 외견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낸다고 해도 영혼은 얻을 수는 없다. 일종의 현상, 마법 생물이라는 존재가 되는 거다.
휴트로다에우스가, 새를 올려다보며 대답한다.
「약간 사고가 있었어.
불사조의 이데아의 심사를 하는 도중에, 표류하던 영혼이 깃들어 버린 거야.
그 모습이라면, 미련이 남아 헤매고 있던 혼이겠지.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날뛰고 있어……」
에메트세르크는 다시, 울부짖으며 날아가는 새를 바라본다.
새는 홀의 단단한 벽에 부딪혀, 무참히 날개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 회복되어, 지치는 일도 없이 세차게, 넘쳐흐르는 마력을 화염으로 바꾸어 어지럽힌다.
「……불쌍하네. 죽음의 공포에 당해버린 건가.
이렇게 되면 이젠, 생에 내몰리게 될 뿐이겠지.
자신의 시간의 한계에 초조해하며, 한탄하고, 현혹되어, 다치고……상처 입지.」
「어머, 알겠어?
나에겐, 아무래도 멀게만 느껴지는 감각이라서.」
「알 리가 있나. 그저 억측이다.
……그래서, 어쩔 셈이지. 라하브레아의 걸작이어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을 텐데.」
휴트로다에우스가 에메트세르크를 돌아보았다. 그 입가의 미소를 보고, 에메트세르크는 또 다시 자신이 괜한 짓을 했다고 눈치챈다. 하지만, 이젠 늦었다.
「되돌릴려고 해도, 불사조니까.
약한 충격으로는, 없애지 못하고 오히려 괴롭히고 말아.
그러니까 내일, 솜씨 좋은 마도사를 부르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가 해준다면, 웅, 그보다 좋은 건 없겠네」
「…………」
에메트세르크는 입을 다물고, 어깨를 늘어뜨린다.
원망스럽다는 듯 친구를 노려보지만, 그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 지은 채였다.
이젠 반론하는 쪽이 귀찮아, 이걸 빚으로 달아놓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정신을 다잡고, ――돌연, 에메트세르크의 윤곽이 흔들렸다.
석양에 뻗어 나가는 그림자처럼, 그 신체는 모습을 바꾼다.
「와, 오늘도 압권이네」
그렇게 말한 휴트로다에우스의 눈에는, 명계에서 이쪽으로 흘러들어오는, 힘의 격류가 보였다.
마치, 명계에 사랑받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거다. 마도사는 많지만, 여기까지 강한 힘을 사용하는 자는, 그 14인위원회에도 있을까 한다는 거다.
휴트로다에우스는, 변화를 끝낸 친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역시, 네가 에메트세르크가 된건 옳다고 생각해.
다시 한번, 취임 축하해.」
에메트세르크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한숨 같기도 하고, 미소 같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불사조를 마주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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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폐하」
초조함이 가득한 목소리에, 감겨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뿌연 시야에서, 무의식적으로, 에테르의 흐름에 시선이 따라간다.
――그곳엔 예전과 같은, 눈부시고 아름다운 빛은 없다.
물을 탄 것처럼 흐릿한 빛이, 그저 요동치고 있을 뿐이었다.
싫은 걸 보았다, 며 눈썹을 찌푸린다.
이 상황……아무래도 의자에 앉은 채로, 그만 잠들어버린 것 같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폐하. 이제 그만 이제 슬슬 알현에 응하실 시간이 아닐까 싶어」
겨우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긴 금색 머리를 묶은 장신의 청년이, 곤란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어, 아무래도 늙어 보이지만,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나의―― 내가 연기하고 있는 솔 ・ 조스 ・ 갈부스의 손자. 바리스다.
그러고 보니, 그에게 요전의 폭동진압에 대해서 보고를 받고 있었던 걸 떠올린다.
솔직히, 특별히, 심지어 사실에서까지 보고를 받을 정도의一 중요한 일은 아니었을 터다. 그런데도 바리스가 온 건, 그 나름대로 무공을 알리고 싶은 기개가 있는 건지, 아니면 배후에 있는 지지자들이 부채질 한 건지…… 같은 걸 유심히 생각한다.
무엇을 하든, 별 볼 일 없는, 되다만 것들의 어리석은 행동이다.
솔은 의자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려고 걸음을 옮겼다.
바리스의 옆을 지나친 직후, 바리스가 말을 걸었다.
「……저의 무엇이, 그렇게까지 맘에 들지 않으십니까.」
멈춰 서서, 돌아보니, 손자는 드물게도 나이에 걸맞은…… 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부의 일련의 대응에, 생각하는 게 많았던 거겠지.
솔은 잠시 생각하곤, 갑자기 깨달은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 큰 덩치다.」
「……하?」
바리스가 그만 소리를 높이고, 이미 올려다보고 있는 듯한 위치의 눈을 깜빡거리자, 솔은, 더는 대화를 이어갈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발을 멈추는 일 없이, 사실을 떠났다.
알현하는 동안 지하를 걸으며, 자신도 모르게 자조하는 웃음을 흘린다.
갈레안족은 혈통에 따라서 꽤 체격 차가 있지만, 솔의 신체는 크게 크다고는 할 수 없다. 부인이었던 여자도,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도, 둘 사이에 태어난 장남은, 갈레안 족 중에서도 특히 보기 힘든 강인한 몸을 지녔다. 주변은 그걸 찬양했지만, 솔만은, 내심 꺼림칙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되다만 것이다.
진정한 동포들을 결코 대신할 수 없고, 약하고 어리석은 존재.
짧은 삶에 집착하고, 그를 위해서 거듭해서 죄를 저지르는 가련한 단편……
그렇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태어난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었을 때의,
자신은 과연 무엇을 「빌었던」 것일까――
결국, 그 바람을 받은 장남은, 하찮은 병으로 명계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그 피와 체구를 이은 자가, 지금도 자신을 마음을 헤매는 걸 규탄해 온다.
아 정말―― 싫어진다.
남자는 문 앞에 서서, 순간, 눈을 감는다.
귀찮은 일들을, 전부 날려버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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